시한부 백수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였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그동안 발을 담갔던 여러 가지 대외활동에 정리하는 마음으로 총력을 기울였다. 호텔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너댓 번 했고 텔레비전 심야 토론프로그램에 방청객으로 나가보았다. 하나같이 고된 만큼 값진 경험이 되었다. 그동안의 기록들을 틈틈이 이 블로그로 다듬어 옮기는 작업을 하였다. 열 몇 살일 때의 기록들을 차근차근 읽어보니 내면의 엉성한 고민은 이 정도 털어놓았으면 됐다 싶다. 무엇을 보고 들은 후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하든, 이제는 자신에게 비추어 뒤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내다보는 자세를 취해야 함 또한 이 기회를 통해 느꼈다.

학교에서 벗어나 삶에 나 자신을 온전히 투영하고자 살았던 동안, 앎과 함, 그리고 삶에까지 배어있던 그릇된 강박관념을 벗어던지려고 부단히 발버둥쳤다. 욕심처럼 되지 않았던 지식의 확장에도 이제는 용기가 생긴다. 동시에 나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닫게 했던 ‘관계에의 집착’을 버리고 확신할 수 없었던 피폐한 인간관계를 청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혹은 상대방이 서로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 어떻게든 이어지게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욕심 없이 그저 받아들이겠다. 그것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져 있는 수많은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며, 또한 그 복잡한 실타래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알고 있었음에도 쉬이 버리지 못했던 강박관념이나 집착, 소유욕 따위를 나에게서 비워가면서, 욕심내지 않으면 모든 것은 나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옴을 느꼈다. 무료함은 종종 사람을 폐쇄적으로 만들곤 했지만, 텅텅 빈 채로 지나갔던 시간 속에서 비로소 의지에 대한 확신을 찾았다. 그동안 나를 자의식 속에 갇혀 있게 했던, 자신에의 불신에서 비롯한 불안은 완전히 떨쳐버릴 태세이다. 삶이라는 거울에 얼기설기 쌓아올린 거짓 페르소나가 더 이상은 비치지 않도록 진심을 다하여 살게 될 것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음을 안다. 그러나 끝과 시작의 경계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알껍데기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음을 느낀다. 주변으로부터 잊혀갈 나의 존재에 대한 연민이나 굳어갈 자의식에 대한 두려움은 그간의 고민 끝에 비로소 무색하다. 하나의 단락에 마침표를 찍고 새 단락을 시작할 때에 첫 칸을 비우듯, 지식과 교양의 부족에서 오는 허기짐을 채우며 앞으로의 2년을 '새 단락의 첫 칸'으로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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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종구